2007년 06월 12일
그녀1
2006/07/05
여자를 부르는 3인칭 대명사 '그녀'
'그녀'는 나와 무관한 사람이었다
저녁 10시 53분.. 막 샤워를 마치고 하루의 피로를 쓸어내던 찰나
삐이삐이삐이... 삐삐가 울렸다
응급실이었다 수화기 너머로 신경외과 주치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응급실로 빨리오세요!"
이렇게 서두르는 성격이 아닌데,, 무슨일일까
서둘러 당직복으로 갈아입고 가운을 걸치며 응급실로 뛰어갔다
'저기있으니까 도와주세요"
응급실 한 쪽, 커튼으로 가려진 곳이었다
환자의 기관지에 관이 넣어졌고, 인공호흡기가 연결되있었다. 눈은 감겨져 있고 언뜻 보기에 의식은 없었다. 인공호흡기 덕분인지 혈액 속의 산소포화도는 잘 유지되고 있었다.
..젊은 여자.. 고운 얼굴,
화장을 하지않아도 싱그러운 느낌이 전해질 것 같은 피부
위~잉 위~잉 위~잉
이미 머리의 대부분이 바리깡으로 밀려있었고 그 주변으로 잘려진 머리카락이 쌓여있었다
머리 부위에 응급수술을 하기 위해서이다
잘려나간 머리카락에 염색한 흔적이 보인다
신경외과인턴인 내가 아직 남아있는 그녀의 염색된 머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친한 친구와 함께 기분전환을위해 미용실에 들렀던 걸까
맘에드는 남자에게 이쁘게 보이고 싶었을까
남자친구와 데이트하던 중 했던걸까
이런 일이 닥칠 줄 상상이나했을까
이런 불연속적이고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줄 상상이나 했겠는가...
22살... 누가봐도 안타까운 나이다
응급실 오자마자 뇌CT촬영을 했을 것이다
뇌 중앙에 비정상적으로 흰부분이 보인다
진단명 '지주막하 출혈'
응급수술을위해 수술방에 연락했을 것이고
주치의는 신경외과 교수님에게 황급히 연락했겠지
수술방으로 가는 길이 좁아서 커다란 인공호흡기를 가져 갈 수 없다
기관지에 넣은 관에 연결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대신 '앰부'라고 부르는 두꺼운 고무풍선모양의 기구를 연결한 뒤
앰부를 눌렀다 폈다(보통 '앰부를 짠다'고 한다) 하는 것으로 폐에 산소를 공급하면서 침대를 이동한다
내가 앰부를 짜고 신경외과 주치의가 침대를 밀며 수술방으로 향했고 그 주변에는 환자의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따라왔다. 그 들 중 한 중년 남자의 한 쪽 팔에 두꺼운 성경책이 끼워져있었다
침대가 막 출발하기 전 의료진에게 잠시 기도하겠다며, 환자의 몸에 손을 올리고 얼마간 눈을 감은 사람이었다 의외로 침착했던 모습이 지금도 뇌리에 남아있다
.
.
.
.
이렇게 모든 과정을 '응급'으로 해서 수술까지 마친 후 그녀는 중환자실로 들어갔고 나도 내 임무를 마치고 숙소로 들어왔다
내가 숙소로 올라온 것은 12시 정도였고 지금은 오전 1시 36분이다
뇌는 보통 5분이상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 손상되기 시작한다. 그녀는 사고 후 약 2시간 동안 호흡을 잘 하지 못했고 그에따라 뇌의 산소 공급이 부족했을 가능성이 크다 뇌손상의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
.
.
# by | 2007/06/12 15:03 | 글 | 트랙백 | 덧글(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